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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F 인증

문화재 보호구역에서 BF 인증 기준 충돌 사례와 조율 방법

by bjey1m 2025. 7. 26.

문화재 보호구역에서 BF 인증이 충돌하는 배경

배리어프리(BF) 인증 제도는 모든 사용자가 물리적, 시각적, 심리적 제약 없이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준을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이 기준이 문화재 보호구역에 적용될 경우, 본래의 건축적 원형이나 미관, 재료 사용 등을 중시하는 문화재 보호 규정과 충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통 목조건축물, 고궁, 서원, 향교, 사찰 등은 구조적으로 경사로, 손잡이, 자동문, 안내판 등의 설치가 어렵거나 제한되는 경우가 많고, 일부 문화재는 현행법상 외형이나 기능 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문화재 보호구역에서의 BF인증 충돌 사례

문화재 보호법은 문화재의 원형 보존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으며, 이는 건축 구조나 재료, 색채뿐만 아니라 부지 내 부가 시설의 설치 여부까지 제한하는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반면, BF 인증은 이용자의 접근성과 편의성 향상이라는 목적을 갖고 있어, 특히 장애인이나 고령자의 이동 동선, 경사로 확보, 정보 전달 요소의 설치가 필수로 요구됩니다. 이 두 제도가 만나는 지점에서는 실제로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라는 가치 충돌이 생기며, 설계자와 관계 기관의 판단과 협의가 필수적으로 수반됩니다.

 

실제 충돌 사례와 조율 방식: 고궁, 사찰, 향교 등에서의 접근

서울의 모 고궁은 연간 수백만 명이 찾는 국가 지정 문화재지만, 오래된 석재 계단과 좁은 출입구 구조로 인해 휠체어 사용자의 접근이 매우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임시 경사로를 목재로 설치한 사례가 있었으나, 문화재청의 재질 규제와 고궁의 역사적 경관 훼손 우려로 인해 영구적 설치는 승인되지 않았고, 관람 동선이 제한된 임시 해법에 그쳤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경상도 지역의 한 서원이 청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기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촉지도 설치를 계획했지만, 전통 가옥 구조에 부착물 설치가 불가하다는 사유로 조정이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조율 방식은 ‘보완적 접근’입니다. 예를 들어, 경사로를 원형 훼손이 없는 위치에 ‘이탈형 구조’로 설치하거나, 이동 가능한 경사 매트 방식으로 대체해 고정 구조물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한 안내판의 경우 독립형 안내 스탠드를 사용하여 건축물에 직접 부착하지 않고, 바닥에 고정하는 방식으로 문화재 원형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촉지도나 점자 표기물도 역사적 장소의 입구나 매표소 등 비문화재 구역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이견을 줄이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결국 BF 기준의 전체 도입이 아닌, 문화재의 특성과 사용자의 접근성을 절충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무장애 환경이 점진적으로 구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BF 설계 전문가와 문화재 전문가 간 협업의 중요성

문화재 보호구역에서의 설계는 단순한 기술적 판단을 넘어, 가치와 원칙의 조율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BF 설계 전문가와 문화재 전문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구조가 필수적입니다. BF 설계는 기능적 개선을 중심으로 하되, 기존 건축물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전통 재료와 공법, 혹은 분리형 구조를 제안하고, 문화재 담당 부서와의 협의를 통해 실행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최근에는 건축과 UX(User Experience) 관점을 결합한 '문화재 친화형 BF 설계 가이드라인' 도입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으며, 보존과 활용의 균형을 중심에 둔 설계 철학이 점차 제도화되고 있습니다.

지자체별로도 이러한 시도를 지원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상북도 일부 시군에서는 ‘전통 마을 내 무장애 동선 확보 지원 사업’을 통해 사전 컨설팅과 재정 지원을 병행하고 있으며, 전통한옥 체험시설을 운영하는 일부 지자체는 목재 재료 기반의 BF 설비 제작 가이드북을 배포하여, 보존성과 접근성 간의 접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술적 조정보다는 설계 방향성 자체의 전환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문화재 보호구역에서 BF 인증을 위한 제도적 유연성

문화재 관련 법령에서는 보존을 최우선으로 하지만, 최근에는 고령화 사회와 유니버설 디자인 확대의 흐름에 따라, 일정 부분 '사용자의 접근성'을 문화재 해석의 새로운 가치로 보는 시각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문화재청은 ‘접근성 개선 시범사업’이나 ‘전통건축과 유니버설디자인의 조화 연구’ 등을 통해 실험적인 설계 방식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는 문화재 보호구역 내 무장애 동선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별도로 수립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점은, 문화재를 단지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경험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장애인, 고령자, 아동 등 교통약자도 동일한 접근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설계와 운영 방침이 전환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단순한 BF 기준의 적용을 넘어서, 문화재 관리 행정 전반의 방향성과도 연결되며, 설계자와 행정 기관 간의 협의 과정에서 ‘정책적 유연성’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유산의 가치는 공유될 때 완성됩니다

문화재는 단지 과거를 보존하는 공간이 아니라,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이 경험하고 이해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BF 인증은 문화재의 역사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한 물리적 도구이자 설계 전략입니다. 앞으로의 BF 설계는 단지 경사로 하나를 설치하는 것이 아닌, 공간을 해석하고 해석의 경계를 넓히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문화재는 보존될 뿐만 아니라, 접근되고 체험될 때 진정한 공공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문화와 배려는 함께 설계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모두가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