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와 지구를 위한 배려는 함께 갈 수 있습니다
최근 건축과 도시 설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키워드는 단연 ‘지속가능성’과 ‘포용성’입니다. 하나는 환경을 생각한 건축, 다른 하나는 사람을 생각한 설계입니다. 이 두 가치가 자연스럽게 만나면서, ‘친환경 건축’과 ‘BF(Barrier-Free,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은 이제 별개의 설계 방향이 아니라 함께 고려되어야 할 필수 조건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공공시설, 교육공간, 복합문화시설 등 다양한 건축 유형에서 탄소 저감과 접근성 개선을 동시에 실현한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외에서 이 융합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친환경 건축이 단열, 에너지 절감, 자연 채광, 재활용 소재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그린 디자인과 사람 중심 설계가 결합된 ‘휴먼+에코’ 공간이 건축의 미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BF 인증 역시 더 이상 단순한 편의시설 설치 기준이 아니라, 누구나 안전하고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의 공공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두 기준은 모두 ‘설계 초기에 전략적으로 통합되어야 할 요소’이며,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강력한 설계 방향입니다.
이 글에서는 BF 인증과 친환경 건축이 실제로 어떻게 융합되고 있으며, 그것이 공간 사용자와 사회 전체에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실무자와 기획자 입장에서 활용 가능한 국내외 사례도 함께 소개합니다.
BF 인증과 친환경 건축이 충돌하지 않고 융합되는 구조
많은 설계자들이 처음에는 BF 인증과 친환경 건축이 서로 상충하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단열 성능을 위해 출입문을 이중 구조로 설계했더니 휠체어 진입이 어렵거나, 빛을 많이 들이기 위한 개방형 계단 설계를 채택했더니 고령자와 시각장애인의 이동이 어려워졌다는 사례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두 설계 기준이 충돌하지 않도록 초기 단계에서 통합 설계를 적용하면 오히려 시너지 효과가 더 큽니다.
예를 들어 경사로와 엘리베이터는 BF 인증을 위한 대표적인 이동 보조 요소지만, 동시에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수직 동선 최소화, 자연 채광 유도와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자동문과 센서 조명은 장애인의 접근 편의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 관리 시스템과도 통합되어 전력 절감과 접근성 개선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또한 저탄소 건축 자재는 촉감이나 온도 변화에 민감한 사용자에게도 긍정적인 감각 환경을 제공하며, 점자 패널, 촉지도 등에 사용되는 친환경 잉크나 재활용 플라스틱도 두 분야의 접점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BF 인증과 친환경 건축은 각각의 기준만 충족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자의 창의성과 실무 전략에 따라 오히려 더 진보된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특히 최근의 공공사업 발주에서는 두 인증을 동시에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충돌’이 아니라 ‘통합 설계’가 기본이 되어야 하는 환경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국내 BF + 친환경 융합 사례: 공공시설 중심의 실천
국내에서는 BF 인증과 친환경 건축을 동시에 실현한 대표적 사례로 서울시립과학관을 들 수 있습니다. 이 공간은 LEED 골드 등급을 목표로 친환경 요소를 설계하면서도, 모든 공간에서 BF 인증 기준을 적용해 전 세대와 다양한 이용자가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과학 학습 공간으로 구현되었습니다. 출입구는 단차 없는 경사 슬로프와 자동 개폐문으로 구성되었고, 실내는 자연 채광을 최대한 활용해 낮 시간 동안 인공조명을 최소화할 수 있게 설계되었습니다. 휠체어 사용자와 어린이, 고령자 모두를 고려해 각 층에 휴게시설을 배치하고, 장애인 화장실은 일반 화장실과 분리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통합되어 있어 공간의 위화감도 줄였습니다.
또한 부산의 한 커뮤니티센터는 패시브 하우스 방식으로 단열 성능을 높이면서, 전 동선에서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구조로 BF 인증을 취득한 사례입니다. 이 공간은 외부 마감재부터 내부 마감재까지 모두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고, 각 시설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지 안내와 음성 시스템을 포함시켜 ‘녹색 건축물’이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공공 공간’이라는 이중의 상징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BF 인증과 친환경 건축을 ‘각각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략적 패키지로 통합 기획할 때 더 높은 공간 품질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ESG 경영이 강조되는 요즘, 기업이나 기관 입장에서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설계가 브랜드 가치와 정책 연계성 면에서도 높은 효과를 발휘합니다.
해외의 융합 사례: 지속가능한 도시와 포용적 설계의 결합
스웨덴 스톡홀름의 ‘에코디스트릭트(Eco-district) 함마르비’는 대표적인 친환경 도시개발 사례지만, 동시에 모든 보행 동선이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BF 모델 도시이기도 합니다. 이 지역은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를 분리하고, 모든 건물의 1층에 자동문을 설치하였으며, 버스정류장, 지하철역에는 경사형 리프트가 기본 장착되어 있습니다. 이 공간의 모든 쓰레기 배출 시스템도 버튼 조작만으로 작동되도록 설계되어, 고령자와 장애인 모두에게 배려된 기술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이는 기술 기반의 친환경성과 사람 중심의 접근성이 동시에 구현된 매우 현실적인 융합 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독일 함부르크에서는 ‘그린+포용 설계 기준(Green + Inclusive Design Guideline)’을 지역 조례로 지정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신축 건물은 BF 기준과 에너지 효율 등급을 동시에 충족하도록 법제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기준에 따라 개발된 함부르크 시립박물관은 지열 냉난방 시스템, 태양광 패널, 비차단형 슬로프와 시각장애인 전용 안내 시스템이 통합된 구조로 설계되어 에너지 성능과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한 모델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유럽 도시들은 환경과 사회적 가치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설계 목표로 융합될 수 있다는 점을 정책과 현장 모두에서 증명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벤치마킹할 수 있는 방향입니다.
이제는 건물의 ‘기능’보다 ‘가치’를 설계해야 합니다
BF 인증과 친환경 건축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는 더 나은 공간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공간은 단지 덜 불편한 장소가 아니라, 모두에게 의미 있고 지구에도 부담을 주지 않는 설계를 요구합니다. 이 두 설계 기준은 겉으로 보기엔 각기 다른 방향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공통된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사람과 환경 모두를 배려하는 책임 있는 건축이라는 철학입니다.
앞으로의 설계는 단순히 인증을 따내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공간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고, 지속 가능한 삶의 구조를 만드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특히 공공 프로젝트나 지역 거점 공간은 이런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으며, BF 인증과 친환경 설계를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 공간의 품격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 됩니다.
이 글이 건축 설계자, 공공기관 담당자, 공간 기획자들에게 새로운 설계 관점을 제공하기를 바랍니다. 이제는 기능을 넘어, 가치를 설계해야 할 때입니다. 사람과 지구가 모두 편안한 공간, 그것이 진짜 배리어 프리이고 진짜 지속가능한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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