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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F 인증

해외 유명 도시들의 BF 정책과 실천 사례

by bjey1m 2025. 7. 8.

BF 정책, 이제는 도시 전략의 일부가 되고 있습니다

배리어 프리(Barrier-Free, BF) 개념은 더 이상 건축 설계나 공간 디자인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오늘날 많은 선진국 도시들은 BF를 하나의 도시 정책으로 받아들이며,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도시 환경 조성을 행정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는 고령화, 다양성, 관광 산업 확대,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 등 복합적인 도시 과제와 맞물리면서, BF 개념이 단지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아닌 ‘보편적 이동권 보장’이라는 가치 중심 정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해외 BF 정책과 실천 사례

이러한 변화는 도시의 경쟁력과도 직결됩니다. 도시를 방문한 관광객이 불편 없이 시설을 이용하고, 노인과 어린이가 안전하게 거리를 다닐 수 있으며, 시각장애인이나 휠체어 사용자도 혼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면 그 도시는 물리적 인프라뿐 아니라 사회적 배려의 수준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게 됩니다. 실제로 많은 글로벌 도시들은 ‘배리어 프리 도시’를 선언하며, 도시 브랜딩 전략과 연계해 정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BF 정책이 도시 차원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해외 주요 도시들의 실천 사례를 중심으로 정책 기획 방향, 공간 설계 전략, 운영 방식 등을 소개합니다. 한국의 BF 정책 확대에 참고할 만한 점도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

 

일본 도쿄: 제도 중심이 아닌 ‘생활 동선 중심’ BF 정책의 선도 사례

일본 도쿄는 아시아권에서 가장 먼저 도시 차원의 BF 정책을 수립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배리어 프리 신법’을 도입해 공공시설, 교통 인프라, 보도, 지하철, 상업시설까지 모든 시민 동선 전반에 대해 기준을 적용해 왔습니다. 특히 도쿄의 BF 정책은 단순히 시설 설치 여부만을 평가하지 않고, 사용자가 실제로 동선을 따라 이동했을 때 느끼는 편리함과 안전을 중심으로 평가 기준을 설계한 것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도쿄 지하철역은 휠체어 사용자가 혼자서 환승할 수 있도록 승강장 단차 해소, 엘리베이터 연결, 안내 음성 시스템, 역무원 호출 장치 등을 갖추고 있으며, 각 시설마다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이용자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안내 표지판은 일본어 외에 영어, 한자, 아이콘 기반으로 구성되어 시각장애인과 외국인 관광객 모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도쿄는 ‘하나의 시설에 여러 이용자 그룹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설계’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를 통해 BF 개념을 고령사회 대응, 관광 수용력 강화, 스마트시티 구축과도 연계하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 전체의 BF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시민 누구나 온라인에서 접근 가능한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정책 수립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북유럽 헬싱키: ‘보편적 디자인’으로 확장된 BF 정책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는 BF 정책을 넘어 ‘유니버설 디자인 도시’를 지향하는 정책을 운영 중입니다. 이 도시는 단순히 특정 사용자만을 위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모든 도시 구성원이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공공공간 설계를 도시 전략의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이는 노약자뿐 아니라, 임산부, 어린이, 외국인, 일시적 부상자까지 고려하는 설계로 확장되어 있습니다.

헬싱키 시청은 2010년 이후부터 신규 개발지구와 리모델링 대상 공공시설에 대해 유니버설 디자인 기준을 포함한 BF 설계 가이드라인을 의무 적용하고 있으며, 설계안 심사단에 실제 장애인 대표를 포함시켜 사용자 관점에서의 검토를 필수 화했습니다. 이 방식은 단순한 물리적 기준 충족을 넘어, 실제 사용자 체험을 설계에 반영하는 도시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대표 사례로는 헬싱키 도서관이 있습니다. 이 공간은 휠체어 사용자도 열람 공간에 접근이 가능하고, 자동서가 시스템, 낮은 키오스크, 음성 인식 도서 검색기, 촉지형 층별 안내도 등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시설 내부는 단차가 거의 없으며, 통로는 모두 1.8m 이상 확보되어 복수 사용자의 교차 이동이 가능합니다. 또한 시민들이 직접 불편 사항을 제보할 수 있는 ‘BF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여 이용자 피드백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운영 체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헬싱키는 단순한 시설 보완을 넘어, 도시 운영 전반에 보편적 디자인 철학을 적용해 BF 정책의 선도 도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는 공간 설계자뿐 아니라 행정, 운영자, 시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BF 실현 모델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뉴욕: 법적 강제와 민간 연계로 확장된 도시 BF 정책

미국 뉴욕시는 BF 정책이 ‘시민권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접근된 사례입니다. 미국은 1990년 ADA 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을 통해 모든 공공시설과 민간 서비스 시설에 대해 접근성 기준을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으며, 뉴욕시는 이 법을 도시 행정 전반에 확대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도시 인프라뿐 아니라, 대형 백화점, 음식점, 공연장, 호텔, 체육시설까지 민간 서비스 공간에도 BF 기준이 의무화되고 있습니다.

뉴욕의 BF 정책은 특히 ‘정보 접근성’에 큰 비중을 둡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지도, 음성 신호등, 보도블록과 점형 유도 타일 등 물리적 시설뿐 아니라, 웹사이트, 모바일 앱, 공공정보 시스템 등 디지털 정보 영역까지 BF 범주로 포함시키고 있는 점이 독특합니다. 예를 들어 MTA(Metropolitan Transportation Authority) 앱은 휠체어 접근 가능역, 리프트 작동 여부, 장애인 전용 탑승구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뉴욕시는 BF 정책 확대를 위해 민간 기업과의 협력도 적극적으로 추진합니다. 호텔, 프랜차이즈, 공연장 등은 BF 기준을 자율 준수할 경우, 세금 혜택, 인증 배너 제공, SNS 홍보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이 제도는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법적 강제력과 유연한 민간 유인책이 결합된 정책 모델은 도시 단위의 BF 확산에 매우 효과적인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도시가 바뀌면 사람의 이동도 바뀝니다

해외 도시들의 BF 정책과 실천 사례를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배리어 프리를 ‘단순한 시설 설치 기준’으로 보지 않고, 사람의 이동권, 정보 접근권, 공공성 실현을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도시 전체가 BF를 기본 철학으로 받아들이면, 공간 설계뿐 아니라 행정, 운영, 커뮤니케이션, 교육, 기술까지도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조정됩니다.

BF 인증은 건물 하나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품격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특히 고령화와 관광산업이 함께 성장하고 있는 지금, 도시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편리하고 안전한가를 보여주는 지표는 곧 BF 정책의 수준으로 연결됩니다. 도쿄, 헬싱키, 뉴욕처럼 도시가 먼저 배리어 프리를 선택하고 실천할 때, 시민은 비로소 그 도시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공간은 혼자 만들 수 없지만, 함께 바꿔나갈 수는 있습니다. 배리어 프리 도시, 그것은 우리가 머물 공간이 아니라 모두가 갈 수 있는 방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