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도 배리어 프리 설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배리어 프리(Barrier-Free, BF) 인증은 공공기관, 복지시설, 문화시설, 교육시설 등에서 의무적 혹은 권장 사항으로 적용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상업공간이나 민간 사무공간에서도 브랜드 가치 제고, 고객 접근성 향상, 행정 인센티브 확보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BF 인증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실무에서는 “이 공간은 임대인데도 BF 인증을 받을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습니다. 자영업자나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 임대 건물의 일부만 사용하는 경우에도 BF 인증이 가능한지, 그 범위는 어디까지이며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습니다. 특히 건물 전체가 아닌 ‘부분 공간’만을 사용하는 임차인의 경우, BF 인증 가능 여부는 매우 중요한 실무 이슈입니다.
이 글에서는 임대 상가, 공유오피스, 일반 사무실 등 임대 건물 내 특정 공간에서 BF 인증이 가능한지,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며, 현실적인 제약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실무자, 자영업자, 설계자 입장에서 꼭 알아야 할 기준과 절차, 대안을 함께 안내해 드립니다.
임대 건물에서도 가능한 BF 인증의 범위와 조건
결론부터 말하자면, 임대 건물이라도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BF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전체 건물이 아닌 ‘부분 인증’ 또는 ‘시설 단위 인증’으로 신청해야 하며, 그 공간이 BF 기준에 부합하도록 설계 및 시공되어야 합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이를 “시설단위 인증” 또는 “용도별 부분 인증”이라고 부르며, 주 사용 공간과 관련된 최소 동선, 출입구, 화장실 등 일부 범위만으로도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열어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건물의 2층에 있는 카페를 임차해 운영 중이라면, 그 카페 공간 자체의 출입구, 내부 동선, 화장실, 안내 시스템 등을 기준에 맞춰 설계하고 시공한다면 BF 인증이 가능합니다. 물론 출입구까지 접근하는 경로가 전적으로 임차인의 권한 밖에 있다면, 인증 평가 시 ‘출입 동선 미비’로 감점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건물주와 협의를 통해 최소한의 외부 동선 협조를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인증 신청 시 임차인 명의로도 신청이 가능하지만, 공용부(예: 엘리베이터, 계단, 주차장 등)는 건물주의 협조 문서가 필요합니다. 인증기관에서는 공간에 대한 명확한 관리 권한과 시공 권한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사용승낙서, 공간 도면, 시공 계획서 등을 충실히 제출해야 합니다. 이처럼 임차 공간이라도 설계적 독립성과 시공 권한이 확보되어 있다면, BF 인증은 충분히 가능한 구조입니다.
임대 상가·사무공간에서 자주 마주치는 현실적인 제약들
BF 인증을 받고자 할 때, 임대 건물 특성상 가장 큰 제약은 공용 공간의 통제 불가능성입니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가 노후되어 있거나 자동문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 임차인 단독으로 이를 개선할 수 없습니다. 또한 출입구의 단차 제거, 경사로 설치, 건물 외부 표지판 설치 등도 소유자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실제 BF 인증 심사에서 공용부로 인한 감점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두 번째 제약은 건물 구조 변경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휠체어 회전이 가능한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벽을 철거하거나, 자동문을 설치하기 위한 배선을 추가해야 할 때, 임차 공간이 구조적으로 제한되어 있다면 기준을 만족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인증기관과 협의하여 대체 설계안을 제시하거나, ‘부분적 충족’ 평가 항목을 활용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BF 컨설턴트의 조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세 번째 제약은 임차 기간의 한계입니다. BF 인증은 일회성 인증이 아니라, 시설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함께 평가합니다. 임차 기간이 짧거나 계약 연장이 불확실한 경우, 인증기관은 시설 유지 가능성에 대해 우려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시설 관리계획서, 연장 가능 계약서 사본 등을 함께 제출해 신뢰도를 보완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임차인이 단독으로 모든 기준을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지만, 건물주와 협력하거나 최소 공간 중심의 부분 인증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실현 가능한 범위는 충분히 존재합니다.
임차인 입장에서 BF 인증을 준비하는 현실적인 전략
임차인의 입장에서 BF 인증을 준비하려면, 먼저 다음 3가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첫째, 내가 사용하는 공간이 BF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구조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출입구 폭, 화장실 위치, 복도 너비, 문턱 여부 등 기본 구조 조건이 충족되는지부터 체크리스트로 점검해야 합니다. 둘째, 공용부와 연계되는 부분에 대해 건물주의 협조 가능성을 미리 확보해야 합니다. 이는 문서화된 사용승낙서나 시공 동의서의 형태로 준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셋째, 부분 인증을 목표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적합합니다. 전체 건물을 바꿀 수 없다면, 인증기관과 협의하여 내 공간에 해당하는 핵심 항목을 중심으로 평가를 요청하고, 부족한 부분은 대체 설계 또는 설명자료로 보완하는 방식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건물 출입구에 단차가 있어 경사로 설치가 불가능하다면, 건물 내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대체 경로를 영상 자료로 설명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시설을 개설할 때 초기 설계부터 BF 요소를 포함시키면 비용과 절차를 크게 절감할 수 있습니다. 시공 완료 후 다시 구조를 바꾸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인증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초기 설계단계에서부터 “내 공간이 BF 인증을 받을 수 있을지”를 미리 검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략입니다.
공간의 권리는 사용자가 아닌 설계로부터 시작됩니다
임대 건물에서 BF 인증을 받는 것은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설계 초기부터 배리어 프리 요소를 고려하고, 건물주와 협의하며, 인증기관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면 임차 공간에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은 소상공인과 스타트업, 중소기업도 BF 인증을 통해 브랜드 신뢰를 구축하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공간은 소유보다 사용이 중요하며, 사용자는 설계를 바꿀 수 있습니다. BF 인증은 소유권 여부보다 사용자의 배려와 설계자의 이해가 얼마나 결합되었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제도입니다. 이 글이 임대 공간에서도 배리어 프리를 실현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가이드가 되길 바라며, 더 많은 공간이 모두에게 열린 환경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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