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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F 인증

농촌 지역 공공시설의 BF 인증 현실과 개선 과제

by bjey1m 2025. 7. 10.

공간의 불편함은 지역의 간격에서 시작됩니다

배리어 프리(Barrier-Free, BF) 인증은 공공시설, 복지시설, 문화공간, 교육기관 등 다양한 장소에서 필수적으로 고려되고 있으며, 특히 고령화와 인구 다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의 적용과 실현은 지역에 따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농촌 공공시설의 BF 인증 현실과 개선점

특히 농촌 지역의 공공시설에서는 BF 인증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인증 제도 자체에 대한 인식조차 부족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도시에서는 이미 입찰 가점, 행정 요건, 설계 조건 등과 맞물려 BF 인증이 기본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농촌에서는 아직도 ‘선택적 요소’로 인식되며, 실제 적용률도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이는 결국 지역 간 공간 이용의 형평성과 안전성에서 큰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농촌 주민의 삶의 질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농촌 지역 공공시설의 BF 인증 현황을 분석하고, 실제 장애물로 작용하는 행정적·물리적 한계와 개선이 필요한 구조를 정리합니다. 단순한 시설 설계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 가치 실현과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BF 인증이 왜 필요한지를 강조하며, 실효성 있는 대안을 함께 제시합니다.

 

농촌 지역 공공시설의 BF 인증 현황과 주요 문제점

농촌 지역은 인구 밀도가 낮고 고령화율이 높으며, 공공시설의 수 자체도 도시보다 적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역일수록 BF 인증의 필요성은 더욱 큽니다. 고령자와 교통약자의 비율이 높고, 병원이나 편의시설 접근성이 낮기 때문에, 시설 하나하나의 접근성과 안전성은 도시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기준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지역별 BF 인증 현황을 보면, 전체 인증 건수 중 농촌 지역(읍·면 지역 포함)의 비율은 8% 미만에 불과합니다. 이는 단순한 인구 비례를 넘어, 행정력, 인식, 예산, 기술 인프라의 총체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읍사무소, 보건지소, 마을회관 같은 핵심 공공시설조차 진입로에 단차가 있거나, 화장실이 BF 기준에 미달한 채 운영되고 있는 사례가 매우 많습니다.

또한 많은 농촌 공공시설은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증축해 사용하는 형태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구조적 한계로 인해 BF 설계 적용이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좁은 입구, 낮은 천장, 계단만 있는 내부 구조 등은 리모델링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예산 부족, BF 인증에 대한 행정 담당자의 인식 미비, 시공사의 경험 부족 등이 더해져, 결과적으로 BF 인증은 농촌에서 ‘멀고 어려운 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농촌 지역 BF 인증이 필요한 이유와 적용의 시급성

농촌 지역에서 BF 인증이 특히 시급한 이유는 인구의 고령화율이 도시보다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농촌 지역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24% 이상이며, 이는 도시보다 약 9% 포인트 높은 수치입니다. 고령자일수록 시력 저하, 균형감 감소, 낙상 위험 등이 높아지기 때문에, 공공시설의 접근성과 안전성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특히 마을회관, 보건지소, 농업기술센터, 주민자치센터 등은 주민들이 자주 찾는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단차가 있는 출입구, 미끄러운 바닥, 비상벨이 없는 화장실, 협소한 복도 등의 기준 미달 상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는 실제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농촌에서는 이동 수단의 제약으로 인해 ‘시설 접근성’이 그 자체로 공공 서비스의 질을 결정합니다. 도시처럼 가까운 거리에 대체 시설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번 시설을 찾았을 때 이동 동선이 편리하고 안전해야 전체 생활 만족도가 유지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BF 인증이 단순한 행정적 점수가 아니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실질적 요소로 작용하는 대표적인 환경이 바로 농촌이라는 점에서, 제도 적용이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이유가 분명합니다.

 

농촌 지역 BF 인증 확대를 위한 실질적 개선 과제

농촌에서 BF 인증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도적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단지 시설 관리자나 지자체 담당자의 자발성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가 예산과 기준을 연계해 정책적으로 BF 인증을 유도해야 하며, 이를 위해 농촌 지역만을 위한 별도의 BF 인증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리모델링 중심의 인증 절차, 면적이 작아도 가능한 최소 기준 완화 등 현실 적용 가능한 유연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둘째, 농촌 공공시설에 대한 설계 전문 인력의 접근성 부족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도시에서는 설계사무소와 인증 컨설턴트가 풍부하지만, 농촌 지역에서는 이를 접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공기관 차원의 무료 설계 자문, 온라인 설계도 공유 플랫폼, 표준 도면 제공 등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제공하는 ‘BF 표준도서’를 이해하지 못해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있는 만큼, 실무자 교육과 도면 해석 지원 체계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합니다.

셋째, 주민 참여 기반의 공간 개선 접근도 효과적입니다. 마을 단위에서 고령자, 장애인, 여성 등의 실제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기존 시설의 불편 요소를 도출하고 이를 개선하는 참여형 설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실제 사용성을 높이고 시설에 대한 만족도도 함께 높일 수 있습니다. BF 인증은 도면이 아니라 사람의 경험으로 완성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주민의 시선을 중심에 두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농촌의 BF는 도시의 ‘복사’가 아니라, 지역 맞춤 해석이어야 합니다

BF 인증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제도지만, 그 실현 방식은 지역의 특성과 여건에 맞게 조정되어야 진정한 의미를 가집니다. 특히 농촌은 물리적 구조, 행정 체계, 인식 수준 등 여러 요소에서 도시와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도시형 기준을 농촌에 복사 적용하는 방식으로는 현실적인 개선이 어렵습니다.

이제는 농촌 지역이 단지 낙후된 공간이 아니라, 고령사회에서 BF 인증이 가장 필요한 최우선 공간임을 인식해야 하며, 중앙정부와 지자체, 설계사무소,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배리어 프리 공간은 사회적 배려의 상징이 아니라,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기본 인프라입니다.

이 글이 농촌 공공시설 개선을 고민하는 행정 담당자, 건축 실무자, 지역 활동가에게 실질적인 통찰을 제공하길 바라며, BF 인증이 농촌에서도 일상이 되는 날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