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F 인증

BF 인증과 치매 친화적 환경 설계의 접점 분석

bjey1m 2025. 7. 23. 09:11

BF 인증과 치매 친화적 환경 설계가 만나는 이유

배리어프리(BF) 인증은 고령자, 장애인, 임산부 등 교통약자를 위한 물리적 접근성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반면 치매 친화적 환경 설계는 인지 기능이 저하된 사람이 낯선 환경에서 방향을 잃지 않고, 불안 없이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공간 설계 개념입니다. 이 둘은 원래 출발 지점이 다르지만, 최근에는 고령화의 가속과 치매 인구 증가로 인해 공통된 설계 요소들이 강조되고 있으며, 제도와 실제 공간 모두에서 ‘접점’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BF 설계와 치매 친화 환경의 연결 지점

특히 고령자가 BF 시설을 이용할 때, 휠체어나 보행 보조기가 통과할 수 있는 문이나 경사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치매 환자에게는 낯선 공간이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며, 길을 잃거나 방향을 인지하지 못해 고립되거나 위험에 처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BF 인증의 범위는 점점 더 넓어지고 있으며, 물리적 배려뿐 아니라 인지적, 정서적 배려 요소가 포함된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치매 친화적 설계와 BF 설계가 어디서 만나는지, 어떤 공통 기준을 공유하는지, 실제 공간에서 두 기준이 통합되어 작동하고 있는 국내외 사례는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의 제도적 변화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정리합니다.

 

치매 친화적 설계의 핵심 요소와 BF 설계와의 공통점

치매 친화적 환경 설계는 ‘안전’보다 먼저 ‘혼란을 줄이는 환경’을 강조합니다. 대표적으로 명확한 시각적 안내, 반복 구조를 피한 공간 배치, 색 대비를 활용한 동선 인지, 자극을 줄인 조명과 음향 설계, 예측 가능한 공간 흐름이 중요한 요소로 꼽힙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단지 치매 환자뿐 아니라, 고령자, 발달장애인, 시력 저하자를 포함한 광범위한 교통약자 계층에게도 효과적인 공간 설계 원칙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BF 설계와 치매 친화 설계는 상당 부분 겹칩니다. BF 설계는 통행 폭, 문턱 제거, 손잡이 높이 등 구조적 기준을 중심으로 발전했지만, 최근에는 공간의 정서적 안정감, 직관성, 시인성, 소음 수준 등 ‘심리적 설계 요소’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장실 안내 표지에 단어 대신 그림을 활용하거나, 출입문 색상을 주변과 대비되게 설정하여 시각적 주의를 끄는 방식은 BF 설계와 치매 설계의 공통 적용 사례입니다.

두 설계의 접점은 바로 인지적 접근성입니다. 이용자가 기능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스스로 방향을 찾고 판단하며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이용 가능한 공간’이 아닌, ‘편안하고 이해 가능한 공간’을 만드는 설계 철학이 두 영역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실제 사례 분석: BF 인증 시설에 반영된 치매 친화 요소

실제로 국내외에서 BF 인증 시설 중 일부는 치매 친화 설계 요소를 반영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일부 노인복지관은 계단 대신 낮은 경사로와 무광 바닥재를 사용하고, 출입문 색을 통일된 계열로 구성하면서도 공간의 용도마다 상징적 색채를 배치하여 인지적 지표로 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또한 과도한 정보량을 줄이고, 간결한 문구나 픽토그램 위주의 안내판을 배치하는 방식은 치매 친화 설계 원칙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납니다. 영국의 Dementia-Friendly Hospitals 기준에서는 환자의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병원 내 반복 패턴 없는 복도, 유리문 대신 불투명 문, 시야가 트인 거울 없는 공간 구성 등을 요구합니다. 이 중 일부는 BF 설계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용자 중심 동선 구성과 직접 연결됩니다.

이러한 사례는 BF 인증이 단순히 건축물의 기능을 충족시키는 제도에 머물지 않고, 공간이 사람의 심리를 반영하고, 사용자의 상태를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치매 친화 설계를 반영한 BF 제도 개선의 필요성

현재 우리나라의 BF 인증 제도는 물리적 접근성 위주의 기준에 집중되어 있으며, 인지적 배려나 치매 친화 설계 요소는 가이드 차원에 머무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고령사회가 본격화되고, 지역 복지시설과 공공시설이 치매 환자의 일상적 생활공간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BF 제도도 보다 심화된 사용자 중심 설계 방향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특히 ‘고령자 편의시설’이라는 이름으로 분류되어 있는 일부 기준은 실질적으로 치매 친화 설계와 직결되어 있지만, 별도로 강조되지 않아 현장에서는 적용이 생략되거나 일관되지 않게 운영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BF 인증 항목 내에 인지적 편의 요소를 독립된 기준 항목으로 포함하거나, 치매 고위험군을 위한 특별 설계 요소를 ‘선택 필수 항목’으로 제시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또한 치매환자 가족과 돌봄 전문가, 간병인 등 실제 현장 사용자들의 의견을 제도 설계에 반영할 수 있는 사용자 참여형 심사 방식이 도입된다면, 제도의 실효성과 공간의 정서적 만족도 모두를 높일 수 있습니다.

 

BF와 치매 친화 설계는 ‘사람을 중심에 두는 설계’라는 점에서 같습니다

BF 인증과 치매 친화적 설계는 출발 지점은 다르지만, 결국은 모두 사용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공간 설계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방향을 지향합니다. 이제 무장애 설계는 단순히 물리적 장벽을 없애는 것을 넘어, 사용자가 공간 속에서 스스로 행동하고, 선택하고, 느낄 수 있는 자율성과 존엄성을 보장하는 설계로 확대되어야 합니다.

치매 친화 요소는 BF 설계의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제도를 확장하고 깊이 있게 만드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BF 인증 제도는 치매 친화 설계와 손을 잡고, 더욱 현실적이고 다층적인 사용자 배려 기준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고령사회에서 진정한 공공성을 가진 공간은, 배려와 이해를 동시에 설계한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