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F 인증

장애인 단체가 바라보는 BF 인증의 현실과 개선 방향

bjey1m 2025. 7. 2. 13:00

장애인 단체 입장에서 본 BF 인증 제도의 현실적 한계

장애인 단체들은 BF(Barrier-Free) 인증 제도 자체의 필요성과 의미에는 대체로 공감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인증이 곧 사용 편의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서류와 도면만으로 인증이 이뤄지는 경우, 실제 사용자는 오히려 더 큰 불편을 겪거나, 기준을 충족했지만 사용자의 동작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설계가 일상에서 장애를 만들고 있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휠체어 회전 공간은 확보되었지만 실제로는 주변에 물건이 놓여 있어 이동이 불가능하거나, 손잡이 높이는 기준에 맞지만 벽체 구조상 힘을 주면 흔들리는 경우, 심지어 비상벨이 설치되어 있어도 오작동이 잦거나 손이 닿지 않는 위치에 있는 문제 등은 형식적으로 기준을 통과한 뒤 사용자가 불편을 겪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장애인 단체 입장에서 바라본 BF인증의 현실

장애인 단체들은 이런 문제를 “기준이 사용자 중심이 아니라, 관리자 중심으로 설계된 결과”라고 분석합니다. 즉, 인증을 위한 구조와 실제 사용을 위한 구조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며, “안전한 공간”이 아닌 “인증만 통과한 공간”이 늘고 있는 현실을 우려합니다. 그들은 특히 “사용자의 입장에서 테스트되지 않은 공간은 진짜 배리어 프리 공간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BF 인증 심사과정에 대한 신뢰 부족과 참여 요구

 

장애인 단체들이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이용자 참여 기반의 인증 시스템”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BF 인증은 건축사나 설계사무소, 시설 소유자 중심으로 준비되며, 실제로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심사 이전에도, 이후에도 의견을 반영할 통로가 거의 없습니다. 실제 이용자들이 인증 심사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면, 형식적 기준을 통과했지만 실효성이 부족한 공간의 문제점을 사전에 식별하고 보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문 손잡이가 휠체어 사용자의 팔꿈치 위치와 충돌한다거나, 수전 레버의 조작 강도가 너무 높아한 손으로 돌리기 어렵다는 피드백은 설계 도면만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에 대해 많은 단체들이 BF 인증 제도의 한계는 기준 자체보다 그 기준을 어떻게 현장에 적용하는지의 문제라고 말합니다. 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하는 인증 절차가 마련되어야 하고, 단순한 통과/불통과 중심의 결과가 아니라, 사용자 중심 피드백을 지속 반영하는 개방형 인증 구조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일부 단체는 BF 인증 심사위원 구성에 장애인 또는 실제 사용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제도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으며, 서류 기반 심사보다 ‘체험 기반 심사’로 전환되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단체가 제안하는 BF 인증 개선 방향

 

BF 인증의 본질은 ‘기준을 만족하는가’가 아니라 ‘사용자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가’라는 목적에 있습니다. 장애인 단체들이 제안하는 개선 방향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사용자 체험 기반 설계 검증 절차 도입입니다.
단순히 치수와 설비의 유무가 아닌, 사용자가 해당 시설을 실제로 이용해 보며 불편 요소를 사전에 발견하고 수정할 수 있는 인증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절차는 단가나 시공 속도보다 ‘실질적 이용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BF 인증의 본래 취지에 부합합니다.

 

둘째는 BF 인증 사후 관리 시스템 구축입니다.
현재 인증은 한 번 발급되면 유효기간(보통 5년)까지 별도의 점검 없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지나면서 구조가 바뀌거나 유지보수가 되지 않아 인증 당시와 다른 상태가 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장애인 단체는 일정 주기마다 사용자 평가를 반영해 재인증 또는 등급제 형태의 BF 관리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셋째는 인증을 ‘공간 단위’가 아닌 ‘행동 단위’로 평가하는 접근입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엘리베이터가 있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휠체어를 탄 사용자가 주차장에서 화장실까지 가는 전체 동선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제안은 단순히 기준을 맞추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 경험’을 중심에 둔 설계 문화를 만들기 위한 시도로 평가됩니다.

 

장애인 단체의 목소리는 BF 인증의 미래 방향입니다

BF 인증 제도는 분명히 많은 공공성과 발전 가능성을 지닌 훌륭한 제도입니다. 그러나 실제 사용자들의 경험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그 인증은 종이 한 장일뿐, 현실에 존재하는 배리어를 제거하지 못하는 형식적인 제도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장애인 단체의 비판과 제안은 제도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제도가 더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BF 인증은 ‘설계자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서류 평가’에서 ‘현장 체험 평가’로, ‘한 번의 통과’에서 ‘지속 가능한 품질 관리’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BF 인증은 단순히 문을 넓히는 수준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배려하는 진짜 배리어 프리 환경을 만드는 핵심 수단이 될 것입니다.

 

이 글이 BF 인증 제도와 공간 설계에 관여하는 모든 분들에게 장애인 단체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제도를 발전시키는 실천적 제안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공간은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존중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원칙이 BF 인증의 진짜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