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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F 인증

BF 인증을 위한 ‘사용자 참여형 설계’의 필요성과 실제 사례

by bjey1m 2025. 7. 15.

배리어 프리는 기술이 아닌 ‘이해’에서 만들어집니다

배리어 프리(Barrier-Free, BF) 인증은 고령자, 장애인, 임산부, 어린이 등 이동과 인지에 제약이 있는 교통약자를 포함하여, 모든 사용자가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그동안 BF 인증은 건축사나 설계자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며, 인증 기준표에 따라 항목을 채우는 방식으로 공간이 계획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사용 경험’은 이러한 설계가 충분하지 않음을 여러 차례 드러냈습니다.

BF 인증을 위한 '사용자 참여형 설계'의 필요성

특히 공공시설, 복지시설, 생활 SOC 공간 등에서 이용자들의 불만 사항이나 불편 사례가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배경에는, ‘설계자와 사용자 간 인식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는 단순히 기준 미준수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 과정에서 사용자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기준은 지켰지만 휠체어가 회전하기 어렵다든지, 화장실 비상벨이 손에 닿지 않는다는 민원이 나오는 사례는 사용자 참여가 부족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이 글에서는 BF 인증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용자 참여형 설계’의 개념과 접근 방법, 그리고 실제로 이를 도입해 공간의 품질과 만족도를 높인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이제 BF 설계는 사용자 없는 책상 위 작업이 아니라, 사용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전환되어야 할 때입니다.

 

BF 인증에서 ‘사용자 참여형 설계’가 필요한 이유

전통적인 BF 설계 방식은 인증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즉, 유효폭 900mm, 경사도 1:12, 점자표기 부착, 손잡이 설치 등 정량적 수치를 기반으로 한 설계 완성도를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사용자 경험의 ‘질’을 측정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인증은 받았지만 실제 사용자에게 불편한 구조라면, 그 설계는 기능적으로는 합격이지만 사용자 관점에서는 실패한 설계인 셈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사용자 참여형 설계’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실제 이용자 (특히 장애인, 고령자, 보호자, 돌봄 종사자 등)를 설계 초기 단계에 참여시키고, 이용 시뮬레이션, 인터뷰, 워크숍, 사전 테스트 등을 통해 사용자 관점의 문제점을 도출하고 설계에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참여는 단순한 의견 수렴 수준이 아니라, 설계 방향 자체를 바꾸거나 공간 구조를 수정하는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휠체어 사용자가 회전 반경을 실제 체험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도면 수치보다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지기도 합니다. 이런 방식은 설계자 혼자서는 절대 인지하기 어려운 사용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결국 BF 설계의 핵심은 기준 준수가 아닌 ‘체감 가능한 편의’의 구현이며,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사용자 참여형 설계를 실제로 적용한 국내 사례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한 주민복합시설은 BF 인증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 장애인 단체, 고령자 커뮤니티의 의견을 설계에 반영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설계 초기에 공간 구성과 동선 흐름을 설명하는 워크숍을 열었고, 참여자들이 실제 동선 테스트를 통해 동선 중복 구간, 비가림 부족 구역, 경사로 진입각의 문제를 직접 지적했습니다. 설계사는 이를 반영해 동선의 교차구간을 줄이고, 경사로 위치를 조정하며 비상벨 위치도 변경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시설은 인증뿐 아니라, 개관 후 이용자 만족도도 매우 높게 평가됐습니다.

또 다른 예는 경상북도의 한 공공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휠체어 사용자,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등 다양한 교통약자와 보호자가 함께 설계 회의에 참여한 국내 최초 사례 중 하나입니다. 특히 시각장애인 사용자들은 도면을 터치 기반 3D 프린트로 제공받았고, 이동 흐름을 촉각으로 체험하면서 안내블록 위치와 안내음성 타이밍에 대한 의견을 설계자에게 제시했습니다.

이처럼 사용자 참여형 설계는 단순한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공간의 품질과 사용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하는 방법입니다. 설계자 입장에서도 향후 민원을 줄이고,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공공기관 입장에서도 ‘사용자 의견 반영 설계’라는 사회적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참여형 설계를 적용하기 위한 실무적 접근 방법

사용자 참여형 설계를 도입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설계 일정 내 사용자 참여 단계의 공식화입니다. 이를 위해 설계사무소나 발주기관은 ‘사용자 검토 회의’ 또는 ‘참여형 워크숍’ 일정을 사전에 확보하고, 사용자 그룹(고령자, 장애인, 보호자 등)을 모집하거나 협조를 요청해야 합니다. 단순히 설명회를 열기보다는, 사용자가 도면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방식 (예: 모형, 가상현실, 실물 목업 등)을 활용하면 훨씬 실효성이 높아집니다.

또한 참여자들이 설계 언어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도면 해설 자료, 예시 영상, 사전 질문지를 준비하여 의견을 쉽게 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특히 고령자나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도면보다는 촉각 지도, 입체 모형, 음성안내 도구 등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설계자 입장에서는 의견을 단순 수렴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말고, 의견 반영 여부를 명확히 정리하고 피드백 루프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의견이 있었지만 공간 구조상 이렇게 반영했다”는 방식으로 상호 이해를 높일 수 있으며, 이 과정 자체가 설계자의 책임감과 배려를 드러내는 설득 요소로 작용합니다. 마지막으로, 사용자 참여형 설계가 단지 ‘인증을 위한 쇼’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을 ‘동등한 설계 파트너’로 인정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설계의 정답은 사용자가 가지고 있습니다

사용자 참여형 설계는 단지 디자인의 한 방식이 아니라, 공간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를 다시 묻는 질문입니다. 특히 BF 인증과 같은 사회적 설계 제도는 기술 중심으로 접근해서는 한계가 분명하며, 사람 중심 설계를 실현하려면 당사자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는 구조 전환이 필수적입니다.

사용자가 참여한 공간은 기능적으로 더 우수할 뿐 아니라, 사용자의 존엄과 안전, 심리적 만족을 모두 충족시키는 공간이 됩니다. 반면, 사용자 없는 설계는 어떤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결국 그 공간은 ‘사용되지 않는 공간’으로 남게 됩니다. 이 글이 BF 인증을 준비하는 설계자, 기관, 발주처에게 ‘사용자 참여’의 진짜 의미와 적용 방법을 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 더 많은 공간이 설계자 혼자가 아닌, 사용자와 함께 만들어지길 기대합니다.